흙빛 진주

아프리카 말리
세계 최대 진흙 건축물 `젠네 대사원`




거친 조개 껍데기만 알고 그 속의 부드러운 속살을 모른다면 조개를 반만 아는 것이다. 조개 속살만 알고 그 속의 진주를 모르는 것 또한 조개를 반의 반만 아는 것이다.
아프리카가 조개 껍데기라면 말리는 부드러운 속살, '젠네 그랜드 모스크'는 진주다. 사막, 기아, 질병…. 아프리카에 대한 선입견은 잠시 접어 두고 서아프리카 말리로 떠나 보자.
'흙빛 진주' 젠네 그랜드 모스크, 그리고 오지 탐험의 정수가 있다.

글·사진=여행작가 이두영


모래 바람이 볼을 따갑게 때리는 젠네의 중앙 광장. 황톳빛 거대한 '성곽' 하나가 거센 바람에 맞서 불쑥 솟아 있다. 길이 55m에 높이 20m. 머리에는 삐쭉삐쭉 탑 무리를 이고 몸통엔 가시 세운 고슴도치처럼 나무막대를 촘촘히 두르고 있다. 세계 최대의 진흙 건축물, 젠네 그랜드 모스크(이슬람 대사원)의 웅장한 모습이다.

젠네 모스크는 1280년경 세워졌다. 말리에 이슬람교가 전파된 지 400여 년만이다. 하지만 현재 남아 있는 건물은 그때의 '원조'가 아니다. 19세기 모래 바람 속에 스러진 것을 1907년 옛 모습 그대로 복원했다. 88년 유네스코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하면서 비로소 세계인의 관심을 끌게 됐다. 규모도 규모지만 사헬(sahel) 건축 양식의 대표성을 인정받은 덕이다. 사헬은 사하라사막 이남의 반사막 지대. 사헬 건축 양식이란 바로 이 지역에 지어진 진흙 건물들을 가리킨다. 젠네 모스크는 그 '대표 선수'인 셈이다.

젠네 모스크는 여러모로 '보통 모스크'와 다르다. 무엇보다 모스크의 가장 큰 특징인 돔 지붕(쿱바)과 첨탑(미나레트)이 없다. 대신 평평한 지붕 위로 끝이 무딘 진흙탑 여러 개가 솟아 있다. 돔 끝에 올리는 이슬람의 상징, 초승달과 샛별 장식물도 없다. 대신 풍요와 번창.순결.순수를 의미하는 타조알을 얹었다. 한마디로 이슬람 문화와 아프리카 토속신앙이 하나로 섞인 '퓨전 문화'의 결과물이다.

외벽에 촘촘히 박혀 있는 나무막대의 용도는 두 가지. 밋밋한 외관을 장식하는 미적인 기능이 하나, 매년 벌어지는 보수공사 때 인부들의 발판과 사닥다리 지지대 역할을 하는 실용적인 기능이 또 하나다. 보수공사는 우기가 끝나고 한 달간 진행된다. 인부는 자원봉사에 나선 이슬람 신자들. 이들은 함께 춤추고 노래하며 무너진 담벽에 흙을 덧바른다. 이 때문에 공사라기보다 축제 같은 분위기다. 아쉬운 건 이슬람 신자가 아니면 건물 안으로 들어갈 수 없다는 것. 이 점만큼은 다른 모스크와 마찬가지다. 하지만 밖으로 보이는 조형미만으로도 관광객들의 경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젠네 모스크를 감상하기 가장 좋은 때는 일출 무렵. 특히 광장 건너편 민가 옥상에서 보는 게 최고다. 1000세파프랑(우리 돈 약 2000원) 정도만 주면 어느 집이든 환영이다. 추위를 참으며 여명을 기다려 보자. 바니강을 넘어 지붕 탑 위 타조알에 '쨍'하고 부딪치는 아침 햇살, 그 햇살에 이내 붉게 달아오르는 흙벽. 젠네 모스크의 황홀한 일출은 보는 이들을 1000년 전, 젠네가 낙타 대상무역 거점으로 영화를 누리던 시간으로 데려간다.

모스크 앞의 광장은 평소에는 조용하나 매주 월요일이면 토속장터로 변한다. 밤바라족.풀라족.송가이족 등 다양한 부족 장사꾼과 당나귀.염소 같은 짐승들이 몰려나온다. 유럽 관광객 중에는 이 장터를 보기 위해 일부러 날짜를 맞춰 젠네를 방문하는 이도 적지 않다.

젠네를 구경한 다음엔 인근의 다른 명소들도 방문해 보자. 아프리카 여행의 진수를 흠뻑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가면나라 반디아가라 절벽

몹티에서 동쪽으로 75㎞ 떨어진 도곤족의 고장. 150㎞ 남짓 길게 발달한 협곡 지대로 250여 개 마을이 늘어서 있다. 도곤족은 14세기부터 해발 500m 내외의 아슬아슬한 바위 틈에서 살며 동물 숭배 신앙과 가면춤을 이어 왔다. 가면춤은 장례의식에서 유래한 것으로 온갖 동물과 우주를 나타낸다. 89년 세계자연유산과 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활기찬 항구도시 몹티

말리의 젖줄인 니제르강과 그 지류인 바니강이 만나는 곳에 형성된 상업도시. 사하라 사막에 근접해 있다. 과거 젠네와 함께 많은 부를 누렸다. 바니강가를 따라 화물을 실은 배(피나세)가 즐비하고 선창가 시장은 정신을 쏙 빼놓을 만큼 북적인다. 피나세 안에서 바라보는 니제르강의 노을이 환상적이다.


오아시스의 영광 팀북투

사하라 유목민인 투아레그족이 12세기에 세운 사막 도시. 낙타 대상무역의 중심지였고 오아시스 도시로도 유명했다. 워낙 오지여서 지금도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90년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낙타를 타고 사막에 들어가 야영에 도전해 보자. 별이 쏟아지는 사막의 밤하늘은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이다.

  
TIP

■말리=인구 1200만 명. 이 중 90%가 이슬람교를 믿는다. 공용어는 프랑스어, 화폐는 세파프랑(CFA)이다. 환율은 미화 1달러가 약 506 세파프랑꼴. 비가 오지 않고 비교적 시원한 11~2월이 여행하기 좋은 때다. 6~10월은 우기다. 유네스코 문화유산 사이트(whc.unesco.org/en/list)에서 말리 주요 명소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여행사 투어도지탐(www.dojitam.com, 02-2166-2488)에서 말리를 포함한 서아프리카 여행 상품을 팔고 있다.

■가는 길=프랑스 파리를 거쳐 세네갈의 다카르로 가는 것이 가장 빠른 길. 하지만 홍콩, 남아공의 요하네스버그(조벅)에서 비행기를 갈아타고 가면 약 100만원을 아낄 수 있다. 인천~조벅 13시간20분, 조벅~다카르 8시간. 다카르~ 바마코 1시간30분이 걸린다. 바마코에서 젠네까지는 대중교통편이 많은 바마코~몹티, 몹티~젠네 코스를 이용한다.

■숙소=젠네, 팀북투, 몹티 등 관광도시에는 여러 숙소가 있다. 젠네 최고급 호텔이 약 3만500CFA 정도. 하지만 시설은 우리나라 허름한 모텔급이다. 젠네.몹티.팀북투 등의 도시는 5000 CFA의 관광세를 따로 내야 한다.

■건강=서아프리카는 모기가 많아 말라리야 예방약을 먹어야 한다. 여행기간을 포함해 여행 전후 2주간, 1주일에 1알씩 복용한다. 황열병 주사는 1회 맞으면 약효가 10년간 지속된다.

■기타=모래 바람이 심하므로 SLR 디카 사용자는 렌즈 교환할 생각을 아예 하지 말 것. 사막 야영자는 봄.가을용 침낭을 반드시 챙겨야 한다.


* 자료출처 http://article.joins.com/article/article.asp?ctg=1210&Total_ID=26304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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