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 장. 빠나하첼(Panajachel)

 

 

 

께찰떼낭고(쉘라)에서 빠나하첼까지 가는 버스가 아침에 있다기에

아침 일찍 홈스테이 아주머니인 에스뻬란사(esperanza)에게 작별인사를 고하고 길을 나섰다.

듣기로는 아침 8시라고 들어서 아침 일찍 버스정류소에 갔건만, 시간대가 바뀌었단다. 오후 1시로.

 

-젠장!

 

무려 5시간이나 남은 시간이다.

다시 홈스테이로 돌아갈까 말까 망설이다가 그냥 근처까지 가는 버스를 타기로 했다.

 처음 탄 버스는 과테말라 차 중에서 그나만 편한 편이었는데,

한 30분쯤 탔나? 다음 버스를 타기 위해 내려야 했다.

다음 버스는 젠장맞을 닭장 버스였다.

닭장 버스가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배낭을 메고 타기에는 무리가 있는 버스임에는 틀림없다.

두명 앉아서 가야할 자리에 세 명이 앉거나, 어쩔 때는 네명이 앉아서 가기도 하니까 말이다.

현지인들에게 끼여서 1시간쯤 달렸지 싶다.

드디어 버스가 도착했다.

 

-빠나하첼인가?

 

하고 급히 아띠뜰란 호수를 눈으로 찾아봤다.

그런데 아띠뜰란 호수까지 가려면 다시 차를 타야한단다.

뭘 타야할지 몰라서 두리번 거리다가 근처에 있는 인디헤나 할매에게 물었다.

자신도 아띠뜰란 호수에 간단다.

따라 오란다.

따라가니, 소형 트럭(트럭이라곤 하긴 그렇지만 이런 차를 뭐라고 불러야 할지 몰라서)이 줄지어 서 있다.

그리고 할매가 트럭 뒷자리에 올라탄다.

나보고도 타란다.

차비는 2께찰이라고 알려주기까지 한다.

차 기사에게 2께찰을 내고 짐칸에 올라탔다.

 

 

같이 짐칸에 탄 할매

 

짐칸에 타기는 처음이라서 어리둥절했다.

차가 출발하고, 아차 하는 순간에 내 배낭가방이 옆으로 굴러갔다.

내가 당황해서 배낭가방을 잡으며 수선을 떠니까, 할매가 꼭 잡고 있으라고 한다.

잘못하면 차에서 짐이 떨어질 수도 있다고...

10분쯤 짐칸에 타고 달렸다.

 

-우와-! 끝내준다!

 

정말 이런 경험은 처음이다.

푹신한 의자에 앉은 것도 아니고 아무렇게나 올라타고 가는데 굉장히 기분이 좋았다.

구불구불한 길을 달리며 펼쳐진 풍경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깎아지른 산 절벽에서 물이 떨어지고 점점 아래로 내려가는 차 너머로 아띠뜰란 호수가 보인다.

바름을 가르고 달리는 기분이 너무 상쾌한 나머지 닭장 버스를 타면서 받았던 스트레스가 한순간에 날아가버리는 듯 하다.

하늘이 내게 다양한 경험을 안겨주기 위해서 이러는 것인가?

그렇다면, 감사하고!

만약 직행 버스를 탔더라면 이런 경험은 하지 못했을 테고,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은 못봤을 테다.

위에서 내려다 본 아띠뜰란 호수..... 멋지다!

친절한 할매 덕에 싸게 차타고 도착했다.

빠나하첼은 아띠뜰란 호수 주위에 있는 마을 중에서 가장 크고 육지와 이어진 곳이다.

때문에 빠나하첼은 언제나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현지인 보다는 외국인이 더 많은 빠나하첼.

안띠구아에 있는 외국인들보다 곱절은 많은 외국인들이 있었다.

그래서일까.  밤만 되면 술집은 외국인들로 터져나가고 길에는 음악소리가 울려펴진다.

나처럼 배낭가방을 어깨에 짊어진 여행객들이 여기저기에서 눈에 띈다.

무리지어 다니는 배낭객들과 홀로 다니는 여행객까지 다양하다.

날씨가 참 좋다. 그리고 덥다.

숨이 턱턱 막히는 더위에 눈살이 찌푸려지고, 앉아서 쉬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배낭가방이 너무 무겁게 느껴진다.

도둑이라면 끔찍해 하면서도 문득 이런 생각을 해본다.

 

-도둑이 내 배낭가방 들고 튀었으면....

 

하는 위험한 생각을....

왜 선배 여행자들이 배낭가방은 무조건 가볍게! 라고 외쳤는지 새삼 깨닫는 순간이었다.

길거리에 앉아서 뭐 버릴 거 없다 뒤적여 보았다.

근데 딱히 버릴 건 없는 것 같다.

아니, 버릴 건 있었다.

단지 아까워서 버리지 못하고 다시 미련 곰탱이처럼 어깨에 짊어질 뿐이다.

 

-하악. 하악.

 

천박한 소리 하기 싫지만, 거짓말 하나 안 보태고..

-더워서 뒤지겠다!

하지만 더위는 곧 사라졌다.

눈앞에 펼쳐진 아띠뜰란 호수에 넋을 잃었으니까.

푸른 호수에 완전 뻑 가버렸다.

좋아서 가방 무거운줄 모르고 펄쩍펄쩍 뛰었다.

산 마르꼬에 가겠다는 일념 하나로 보트 타는 곳으로 걸어가고 있는데,

할배 하나가 내게 다가와 선한 얼굴로 내 짐을 들어주겠단다.

옳다구나! 하고 짐을 내밀었는데, 보트 타는 곳에 와서 하는 말이, 돈을 달란다.

....;;;

[관광지에선 친절을 베푸는 현지인은 조심할 것!]

이것을 잠시 잊고 있었다. 이젠 잊지 말아야겠다.  

보트비도 참 짜증스럽다.

왜 현지인과 외국인의 보트 타는 값이 다른지.

여튼 산 마르꼬까지 가는 보트비를 지불하고 보트에 올라타고 사람들이 타기를 기다리며 호수를 감상했다. 

호수???

정말 네가 호수니?

왜 내 눈에는 바다로 보이는지. 

몇 분 후, 보트가 출발한다.

보트가 출발하니 보트비 아깝지 않다.

물보라를 일으키며 달리는 보트는 정말 시원하고 상쾌하다.

눈앞에 펼쳐진 풍경도 좋고. 

항상 느끼는 거지만, 라틴아메리카는 자연의 은혜를 참 많이 받은 곳이다.

어쩌면 그래서 이들의 삶이 궁핍한지도 모른다.

자연이 모든 것을 주기에, 노력하지 않아도 살아갈 수 있으니까.

나태해진다.

 

 

 

 

 빠나하첼에서 본 아띠뜰란 호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