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렁이는 오로라 두근두근 북극의 밤 - 북위 62도, 캐나다 옐로나이프를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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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숲 뒤 어딘가에서 한 줄기 빛이 치고 올라왔다. 광선은 이내 하늘을 가로질러 반대편 숲 뒤로 길게 이어졌다.
  북극의 밤하늘은 초록 광선으로 양분됐다. 오로라였다.


지구 반대편에 있는 페루에 가면 새 수천 마리가 떼로 죽는 해안이 있단다. 프랑스 작가 로맹 가리의 소설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에서 읽은 얘기다.

‘그들은 참으로 먼 곳으로 날아가기 전에 이곳에 와 그들의 뼈를 버리는 것이다. …그들의 피가 차가워지기 시작하여 이제 겨우 그 바다를 건너기에 적당할 만큼밖에 여력이 남지 않게 되었을 때 이곳의 모래는 부드럽고 따뜻하였던 것인지도 모른다’.

세상엔 정말 새들이 날아와 죽는 해안이 있다. 그러나 그 낭만적이고 경이로워 보이는 사건은, 초자연적 현상이나 죽음을 무릅쓰는 집단행동 따위와 하등 관계가 없다. 그건 엘니뇨 현상 때문이다. 바다 수온이 높아져 플랑크톤이 죽고 뒤이어 연안 멸치떼마저 사라지자 먹이를 찾지 못한 새들이 결국 해안에 추락하는 것이다. 그뿐이다. 세상은 어떻게든 해석되고 설명된다. 지구에서 인간이 이해하지 못하는 현상은 발생하지 않는다.

오로라도 마찬가지다. 오로라는 태양에서 방출된 플리스마라는 전기 입자가 대기 중에서 공기 입자와 충돌해 나타나는 기상현상이다. 그래, 그뿐이다. 그러나 그 원리를 규명해 놓고도 인간은 오로라 아래서 한없이 약해진다. 신성한 존재라도 조우한 양 깍듯이 받들고 머리를 조아린다. 여전히 인간은 오로라 앞에 숱한 전설과 신화를 바친다.

캐나다 북쪽 마을을 다녀왔다. 북위 62도, 1월 평균기온 영하 28.8도의 캐나다 최북단 노스웨스트주의 주도(州都) 옐로나이프라는 곳이다. 그 먼 데까지 찾아간 건 오로지 오로라 때문이었다. 옐로나이프는 오로라 투어의 세계적 명소다. 옐로나이프가 속해 있는 노스웨스트주는 한반도보다 6배나 크지만 인구는 4만여 명에 그친다. 지구촌 오지인 셈이다. 그곳에 1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전 세계에서 몰려든다. 그리고 그들은 매운 북극 바람 맞아가며 얼어붙은 설원 위에서 기꺼이 밤을 보낸다. 이곳은 겨울마다 세계 최고의 에코투어 아지트가 된다.

칠흑 같은 북극의 밤을 총천연색으로 물들이는 오로라를 올려다 보다 밤하늘 별을 세던 어릴 적이 떠올랐다. 그땐, 반짝이던 별만큼꿈도 많았다. 잠시나마 그 시절로 이끌어준 오로라가 고마웠다. 그래, 이만으로도 족하다. 어리석다 해도 어쩔 수 없다. 꿈꿀 수만 있어도 우리, 행복하므로.


영하 30도 꽁꽁 언 세상, 밤하늘도 관광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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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로라는 변덕이 심했다. 시시각각 제 모습을 바꾸었다. 위의 사진 세 장은 모두 10분 안에 촬영한 장면이다.
  춤사위에 홀린 북극의 밤은 춥지 않았다.


오로라는 캐나다 상공에만 뜨지 않는다. 북위 60∼80도 지역이면 어디에서나 볼 수 있다. 유럽의 핀란드나 캐나다 옆 알래스카에서도 수시로 목격된다.

그러나 캐나다 노스웨스트주의 주도 옐로나이프는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고의 오로라 관측지다. 옐로나이프는 1980년대 후반 세계 최초로 오로라 투어를 개발했고, 지금도 독자적인 오로라 투어를 운영하는 유일한 지역이다.

여기엔 물론 하늘이 내려주신 혜택을 관광상품으로 가공한 지방정부와 주민의 노력이 깃들어 있다.


하늘이 점지한 명당

htm_2009010817591160006800-003.jpg오로라 오벌(oval)이란 용어가 있다. 이 용어를 이해하려면 약간의 과학 상식이 필요하다. 지리상의 북극과 지구 자기장의 북극은 동일하지 않다. 지구 자기장의 북극이 지리상의 북극보다 약간 남쪽으로 처져 있다. 지구 자기장이 가장 강한 곳에서 오로라가 가장 잘 보인다. 오로라는 지구 자기장과 관련한 기상현상이어서다. 그 지역을 오로라 오벌이라 부른다. 위도상으로 북위 65∼70도 일대다. 옐로나이프 시내의 위도가 북위 62도27분이다. 오로라 관측 입지조건으로 최적지인 셈이다. 옐로나이프에선 1년 중 240일 이상 오로라를 볼 수 있다(노스웨스트주 관광청 자료).

기후 여건도 역시 최고다. 옐로나이프의 1월 평균 기온은 영하 28.8도. 일반적으로 겨울철 최고기온은 0도이고, 최저기온은 영하 45도다. 영하 20도 이하로 떨어지면 대체로 하늘엔 구름 한 점 없다. 오로라 관측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게 맑은 하늘이다. 북극해 연안의 평원 지대라 갑작스러운 눈구름도 좀처럼 발생하지 않는다. 스모그 따위가 끼지 않는 무공해 지역이란 사실도 오로라 투어에 유리한 조건이다. 따라서 옐로나이프에서 오로라 관측은 일상사에 속한다. 겨울철 나흘 연속 체류할 경우 오로라 관측 확률은 99%에 이른다.


사람이 일군 명품

옐로나이프가 오래전부터 오로라를 관광상품으로 개발했던 건 아니다. 노스웨스트주는 캐나다에서 북극으로 진출하는 전진기지다. 금부터 다이아몬드까지 엄청난 양의 지하자원도 묻혀 있다. 노스웨스트주의 관광상품이라 하면, 북미 대륙에서 둘째로 큰 호수 그레이트 슬레이브 레이크에서 1m 넘는 민물고기를 낚시하거나 곰·순록·버펄로 등 야생동물을 사냥하는 일 따위였다.

옐로나이프에서 오로라 투어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건 80년대 후반이다. 정확히 누가 언제 어떻게 시작했는지 알려진 바는 없다. 여행업자 몇몇이 오로라 관측 시설을 짓고 관광객을 모집한 게 그 즈음이었다. 노스웨스트주 지방정부도 힘을 보탰다. 원주민 소유의 토지를 장기임대 형식으로 업자들에게 빌려줬다. 특별한 시설 투자가 필요한 게 아니어서 가능한 일이었다. 캐나다는 국토 개발을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

오로라 투어는 기대 이상의 효과를 거뒀다. 흥미로운 건 캐나다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큰 호응을 얻었다는 사실이다. 특히 일본 관광객이 겨울마다 쏟아져 들어왔다. 오로라 투어가 정점에 올랐던 95년 오로라를 보러 태평양을 건넌 일본인 관광객은 1만3000명이 훌쩍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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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로라 빌리지 안 풍경. 나무 뒤편의 텐트가 티피라 불리는 원주민 전통숙소다.


오로라 빌리지의 에코투어

옐로나이프 시내에서 자동차로 30분 거리의 설원 위. 오로라 빌리지란 이름의 오로라 관측 명소가 자리잡은 곳이다. 오로라 빌리지 투어는 보통 밤에 진행된다. 오후 8시쯤부터 다음날 새벽 2시쯤까지 빌리지 안에 머무르며 오로라를 구경한다.

빌리지 안에는 관광객을 위한 여러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다. 우선 티피(Teepee). 캐나다 원주민이 살던 천막 모양의 휴식공간이다. 난로엔 장작불이 타고 있고, 커피도 준비해 놓았다. 설원 위에서 꽁꽁 언 몸을 녹이는 공간이다. 빌리지는 오로라 사진 촬영법도 가르쳐 주고, 자정이 되면 빵과 뜨거운 수프도 공짜로 준다. 북극 탐험이 가능한 방한 장비도 제공된다.

오로라 빌리지의 모든 시설물은 가건물이다. 빌리지 안팎의 길도 하나같이 비포장이다. 숙박도 금지돼 있다. 저녁에 빌리지에 들었다가 새벽마다 시내 호텔로 복귀해야 하는 이유다. 심지어 화장실도 간이식이다. 오로라 빌리지 히테오 나가타니 총지배인의 설명이다.

“25년간 땅을 임대해 사용하고 있다. 임대 조건이 까다로웠다. 지방정부는 사나흘 만에 모든 시설이 철거될 수 있어야 한다고 못박았다. 우리로선 편안한 숙박시설 마련이 시급했지만, 정부 방침을 어길 순 없었다.”


* 자료출처 : http://life.joins.com/travel/news/article.asp?total_id=3450647